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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안에는 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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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전팔기

2025/08/14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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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전팔기

최근 한 달간 식빵 게임으로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자고 먹고 싸는 시간 제외하고는 온통 식빵 게임이었다. 그냥 모두가 몰입하는 이 상황에 푹 빠졌었다. 밖이 너무 혼란스러워서 여기에만 온 집중을 쏟았던 것도 있는 거 같다. 아니면 그냥 몰입하는 내 모습에 심취해서 더더욱 몰입을 한 걸 수도

어쨌든 출시했다. 어제 출시하고 급한 건들은 다 쳐내고 내일 광복절이기도 하고 오늘 휴가 쓰고 그냥 푹 쉬었다. 누워있다 보니까 식빵 게임 생각이 계속 났다. 뭘 더 해야 할까, 뭐가 부족한 걸까, 어떻게 하면 성공할 수 있을까. 들어오는 유저 반응이 마냥 나쁘진 않았지만, 아직 내 기준에선 가야 할 길이 먼 것 같다. 우리 나름대로는 설계한다고 했는데 유저 입장에서는 황무지에 던져졌다고 느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런 생각들을 잠시 멈추고 최근에 있었던 일들을 잠시 멈춰서서 기록하고 싶어서 글을 쓴다. 이 순간만큼은 식빵 게임에 관한 생각은 최대한 내려놓고 싶었는데, 또 식빵 게임으로 글을 시작하고 말았다.

언제부터였나 부자가 되고 싶단 생각이 희미해지기 시작했다. 예전에는 '부자'라는 키워드에만 집중했다면 지금은 '내가 지금 무엇을 하는가'가 더 중요해졌다. 그리고 내가 지금 하는 일들이 의미 있고 방향성만 제대로 되어있다면, 그리고 내 의지와 집착과 노력이 받쳐준다면 '부자'는 자연스럽게 오지 않을까. 성공한 사람들의 인터뷰를 보면 '부자'가 꿈이어서 '부자'가 된 사람은 없더라. 그냥 그 상황에 몰입했고, 부자가 된 것일 뿐.

인생의 진리를 깨달은 것처럼 얘기하지만 나도 사실 잘 모르겠다. 분명한 건 나는 내가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 일들로 성공해서 돈을 크게 많이 벌고 싶다. 그리고 지금은 뒷부분보다 앞부분이 더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된 것 같다.

최근에 내 지인들도 그리고 팀원들도 많이 떠났다.

헤어짐은 늘 익숙지 않다. 나는 심성이 착해서 (내 입으로) 모두가 그냥 행복해졌으면 좋겠다. 우리도 많고 많은 일들이 있었다. 사연 없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 그리고 이젠 그걸 안다. 누군가 떠난다고 했을 때 그냥 그 사람이 잘 됐으면 좋겠다. 그리고 동요되고 싶지 않다.

앞으로 어떻게 될진 모르겠다. 디자인시스템은 어느 정도 자리 잡혔지만, 아직 갈 길은 역시나 멀다. 지금 가장 큰 관심사는 Registry랑 UI Generate인데 Registry는 내가 3년 전에 당근 인턴 때 했던 과제였는데 돌고 돌아 다시 주제로 올라온 걸 보니 정말 인생 알 수 없다. 모든 제품과 인생에서 마주하는 일과 그리고 사랑은 타이밍이 중요하다.

당근에 있으면서 항상 '내가 이 자리에 적합한 사람일까' 하고 내 자신을 의심했었다. 그리고 '저 사람은 잘하는데, 나는 왜 이럴까?' 하고 비교해 왔다. 이러한 생각들을 끊임없이 하고 있고 3년이 지난 지금도 떨쳐내지 못하고 있다. 한계에 스스로 갇혀있고 싶지 않지만, 나라는 사람이 살아온 방식이 그렇다 보니 어쩔 수 없나 싶기도 하다.

어느정도 정리된 건 회사가 나를 고용해서 사용하고 있다는 것, 어쨌든 살아남았다는 것. 아직 내가 생각하기에 할 일은 많고 배울 것도 많다는 것, 그리고 여전히 좋은 사람들은 많고 좋은 회사라는 것.

떠나갔지만 주저하고 있을 시간도 없다. 망설일 수도 없다. 그냥 해야 한다. '내가 할 수 있을까?' 라는 나약한 마음가짐으로는 버틸 수가 없다.

나의 강점은 지속력과 실행력, 그리고 내면의 열정을 스스로 불태울 수 있는 능력이다. 반복과 지속, 그리고 꾸준함의 힘과 소중함을 안다. 모든 일에는 굴곡이 있다는 것을 알고 모든 상태가 영원하지 않을 거라는 것도 안다. 일곱 번 넘어져도 여덟 번째 다시 일어나면 되니까, 그리고 이걸 죽을 때까지 반복하면 어쨌든 그게 내가 되는 거니까.

다시 식빵 게임으로 넘어가서 회고를 간단히 해보자면

나는 그로스 TF에 겸직하기 시작한 지 두 달밖에 되지 않았다. 아직 배워야 할 것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다. 다른 그로스와 관련해서 종사하고 분들보다 인사이트도 적고, 아는 것도 적다.

그로스 TF에 겸직한 것은 내가 온전히 성취한 것이라고 자부할 수 있다. 여러 고난이 있었지만 결국엔 얻었고 '활성화 유저를 늘린다.' 라는 정말 단순한 목표지만 정말 어려운 과제를 풀기 위해 들어왔다.

나는 예전부터 세상에 밈으로 풀리는 것과 유행하는 것에 대해서 많은 관심이 있었고, 그게 왜 유행이 되는지에 대한 호기심이 많다. 그런 것들을 보다 보면 평범한 사고 흐름과 방식으로는 나올 수 없다. 대부분 나사가 하나 빠져있거나, 이게 왜 유행이야 싶은 것들이 대부분이다. 당근에서 그런 도전을 하고 싶었고 뭔가 나사가 하나 빠진 것을 만들고 싶었다.

사실 식빵 게임 이전에 2~3주 반짝해서 만든 숫자 게임도 있었는데 나름 새로운 방향의 도전이긴 했는데 당근의 '착함'이 어쩌다보니 또 들어가 버렸다고 회고하고 싶다.

내가 이 TF에 집착한 것도 당근의 '착함'을 걷어내고 나사를 하나 뺄 수 있는 조직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TF 자체는 그런 사람들로 모였고, 그걸 할 수 있는 충분한 환경이 돼서 지금의 식빵 게임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활성 유저를 얻기 위해서 단기간 반짝해서 나가는 프로젝트에 대해서 회의감이 있었다. 그렇게 해서 얻어온 유저가 진성 유저가 될 수 있는건가하고 생각이 많이 들었다. 그런 유저들을 1년 12달을 반복해서 증가한 유저수가 유지가 된다면 그게 활성 유저가 되는 거 아니냐는 의견도 있지만 나는 왜 그건 그냥 돈 받으러 1년을 계속 들어온 거지 정말 그 앱을 사랑해서 들어온 건가 하는 의심이 계속 든다. 결국 그럼 13번째에 그로스를 멈추면 그대로 반납하게 되는 거 아닌가 싶기도 하다. (반박하고 싶으면 당신의 말이 무조건 맞다. 아는 거 없고, 배운 거 많이 없는 사람이 주절댄다고 생각해 주시길)

나는 하나의 줄기를 만들고 싶었다. 당근 앱에 들어오는 이유를 하나 더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우리 팀이 내린 결론은 기둥이 될 수 있으려면 프로덕트 자체에 힘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어쨌든 게임을 만들기로 했으니, 게임성이 정말 좋아야 했고, 시장에서 어느 정도 검증된 클리커 게임을 벤치마킹했다. 그걸 우리만의 방식으로 나사를 하나 빼서 만들었고 그게 식빵 게임이 됐다.

인공지능 시대에 이게 무슨 게임이냐 이게 무슨 의미냐 하지만 게임에서 무슨 의미를 찾냐, 재밌으면 된다. 그리고 점점 AI가 발전함에 따라 내 뇌의 의미를 코드에 넣는 게 아니라 AI에 맡겨버리는데 뭐 비슷한 결 아닐까? (개소리)

우리 팀이 어떻게 생각할지는 모르겠지만 아직 가야 할 길이 너무 멀고 할 수 있는 것도 정말 많다고 생각한다. 이번에 1차로 나간 건 오직 게임성을 증명하기 위해서였는데 나는 그건 충분히 검증된 것 같다. 어쨌든 사람들은 '재밌는' 게임을 좋아한다. 프로덕트 자체 힘만 강하다면 이걸로 할 수 있는 일은 무궁무진하다고 생각한다.

뿌리만 잘 내리면 줄기와 가지는 원하는 대로 뻗으면 된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원하는 장소와 시간에 하고 싶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원하는 곳에서 놀고 먹고 잘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싶다.

이건 내가 한 5년 전부터 사람들에게 내 꿈을 말할 때마다 말하는 문장이다. 글을 쓰는 감각을 한동안 잊었었다. 글을 쓰면서 나의 가치관과 머릿속에 있는 생각을 풀어내는 이 느낌이 너무 좋다. 그리고 글을 쓰면 더욱 구체화되고 현실화된다. 꿈을 이루고 영원히 사색하고 생각을 탐구하며 글을 쓰고 싶다.

누군가는 위 문장을 보고 허황한 꿈이라고 생각하거나 현실은 녹록지 않을 것으로 생각할 것 같다. 나도 사실 그렇게 생각할 때가 많다. 하지만, 이 세상에 대부분은 '할 수 있다'라고 믿어서 된 것들이 대부분이지 '할 수 없다'라고 생각해서 된 것들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어떤 힘든 일이 있어도 할 수 있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언제 이뤄질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꿈들을 인생의 한순간에서는 잠시 잊고 살 순 있어도 영원히 잃어버리고 싶진 않다. 내가 맞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계속해서 이어 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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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 동아리 발표를 하고 난 후 내가 잘하는 것에 대해서 생각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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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01

나다운 것 (대학교 동아리 발표를 하고 난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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